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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뉴스

“불법파견 직접고용·책임자처벌, 성실교섭 나와라”… 추석연휴에도 투쟁하는 노동자들

 

추석 명절, 거리에서, 농성장에서 차례상을 차린 사람들이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차례상을 차렸고, 추석 연휴에도 청와대 앞 농성장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쏟아지는 택배물량으로 더 바빠야 할 택배노동자와,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객들이 늘 마주하는 톨게이트 요금소 노동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추석을 보낸 곳은 CJ대한통운 본사와 더불어민주당 당사였다.

노동자들이 집이 아닌 거리에서, 농성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추석을 쇨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에 호소합니다”

“정부에 묻습니다. 곡기를 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마지막으로 입장을 전합니다.”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20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22일부터는 곡기마저 끊고 집단 단식에 돌입했다. 추석 당일엔 서울노동청 맨바닥에 차례상을 차렸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새신랑은 결혼 후 첫 명절에 양가 부모님을 뵈러 가지 못했고, 병환 중인 아버지, 어머니께 마지막일지도 모를 명절임에도 부모님 얼굴을 뵙지 못했다.

▲ 서울고용노동청에서 합동차례를 지내는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열사들의 사진을 모셨다. [사진 :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그들은 연휴 마지막 날인 26일 정부를 향해 ‘최후통첩’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1일 ‘고용노동행정개혁위(행정개혁위)의 권고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

현대차에서 일하는 1만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2004년 고용노동부로부터, 2010년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2014년 1심과 2017년 2심 고등법원도 현대·기아차 모든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다. 금속노조 현대·기아차비정규직지회는 “고용노동부는 불법파견에 대한 처벌을 내리기는커녕 시정명령도 내리지 않고 14년 동안 이를 방치했다”고 규탄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고용노동부는 행정개혁위의 권고대로 불법파견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명령’과 ‘현대기아차와 비정규직 당사자와의 직접교섭 적극 중재’를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사이 현대기아차는 비정규직과의 직접교섭을 거부한 채 기아차는 다음 해까지 ‘사내하도급 1300명을 정규직으로 특별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도 앞서 2021년까지 사내하도급 노동자 3500명을 특별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기아차비정규직지회는 “정몽구-정의선처럼 재벌의 불법을 면죄해주고 법원판결마저 휴짓조각으로 만드는 특별채용이란 편법으로 정규직이 되고 싶지 않다”면서 “정규직을 사용해야 할 자리에 불법으로 비정규직을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이 고용하고, 차별하고 고통 줬던 정몽구-정의선 일가를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들은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처벌 ▲직접고용 명령 ▲당사자와 원청의 직접교섭을 요구하며 “현대기아차 불법을 처벌할 것인가, 재벌의 편에 설 것인가, 정부가 이번 주 내에 책임 있는 답변을 달라”고 촉구했다.

▲ 사진 :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불법파견 은폐·부당노동 행위’ 철저 수사 요구

현대그룹에서 일하는 철강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투쟁 중이다. 이들은 20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불법파견’ 문제는 이들에게도 해당된다.

지난 2016년 2월 광주지방법원은 현대제철 순천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인정하고 원고 승소 판결(정규직 인정)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1700여 명도 2016년 2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해 내년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추석 연휴에도 농성장을 지키며 “현대제철이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노조파괴를 위한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면서 현대제철의 전면 조사를 촉구했다. 현대제철의 부당행위는 현대제철의 한 협력사 대표가 공개한 문서를 통해 밝혀졌다. 금속노조는 “현대제철의 온갖 불법, 부당노동행위가 담겨 있는 각종 문서자료가 4천여 장이나 된다”면서 그 내용을 공개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불법파견을 은폐·축소하기 위해 올해 전체 하청업체 공정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해 지난 8월 22개 업체 및 공정을 통폐합했다. 현대제철이 합병한 현대하이스코(현대제철 순천공장)도 불법파견을 조작·은폐하기 위해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노동부 불법파견 조사대비 TFT’를 구성하고 매일 회의와 ‘일일동향 보고’, ‘대응전략 논의’, ‘대응교육’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순천공장의 경우, 2005년 비정규직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조합원 인권유린, 개인 정보 및 노조활동 사찰뿐 아니라 위장폐업과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노동부 및 국가기관과 유착해 불법파견 관련 근로감독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 등 온갖 광범위한 불법·부당노동행위를 저질러왔다”고 공개했다.

노조는 또 “현대제철이 하청업체에 직접적인 지시를 위장하기 위해, 즉 불법파견을 감추기 위해 ‘현대제철 협력사 대표자 협의회(협의회)’를 만들고, 이 조직을 통해 각 공정 업체별 운영부서 회의(소그룹)를 정기적으로 진행해왔다”고 폭로했다. 협의회 회의록엔 원청사의 지시사항 전달과 집행 협의, 불법파견 은폐, 노조활동 동향·감시, 인원 채용 시 인원검증, 블랙리스트 작성 등 불법·부당노동행위가 담겨있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개된 증거자료 안에 현대제철 스스로가 ‘사용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부당노동행위 수사 매뉴얼대로 현대차그룹과 현대제철의 불법파견 은폐·부당노동 행위를 전면적으로 수사하고 불법행위 가담자 모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11일 공동파업을 하고 상경투쟁을 벌인 당진·순천 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는 10월에도 대규모 2차 상경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나와라”

택배노동자들은 택배차량 운전을 하지 못하고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요금소가 아닌 여의도에서 투쟁하고 있다.

지난 7월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파업을 하고 있는 것처럼 속여 조합원들의 배송 물량에 ‘별표 두 개’를 표시한 후 물량을 빼돌려 불법대체배송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CJ대한통운. 이를 막기 위해 투쟁하던 택배노조는 같은 달 19일 CJ대한통운과 ▲노조는 현장에 복귀하고, 회사 측은 대체배송 중단 ▲배송시간 문제 등 현장의 노동조건 개선과 관련하여 앞으로 신의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논의키로 하는데 합의했다.

▲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성실 교섭’을 촉구하고 있는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차례를 지냈다. 차례상에 단체교섭 6대 요구안이 올려져있다. [사진 : 택배노조]

9월, 택배노동자들이 다시 CJ대한통운 앞에 무기한 농성장을 차렸다. 농성장을 차린 지 2주가 훌쩍 지났고, 그 사이 추석 연휴도 끼어 있어 농성장에서 차례를 지냈다. 지난 10일부터 농성에 돌입한 택배노동자들은 “성실교섭 촉구! 블랙리스트 해결! 진짜사장 CJ대한통운 나와라!”고 요구했다. CJ대한통운이 ▲노조와의 교섭을 회피하고 ▲취업 방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가 하면 ▲노조 조합원 물량 줄이고 직장 폐쇄를 하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노조는 “설립필증이 발부된 지 11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지금까지 ‘합법 노동조합’의 정당한 교섭요청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특히 CJ대한통운과 대리점연합회는 위탁대리점들에게 교섭회피를 지시하고 이미 검증이 끝난 택배노동자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것도 모자라 “현장에서는 CJ대한통운이 광범위한 부당노동행위를 진두지휘하고 각종 위법행위를 저지르며 노동조합 설립필증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과 각 위탁대리점주들에게 ‘7시간 공짜노동 분류작업 개선’ 등을 위한 교섭을 제안했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지난 6월30일 경고파업을 벌였다. 조합원들은 하루 파업을 진행한 후 현장에 복귀했지만 당시 CJ대한통운은 조합원들이 ‘계속 파업 중인 양’ 호도했고, 조합원들의 택배물량을 빼돌려 대체배송하는 일도 이때 일어났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노동조건 개선과 관련 ‘성실하게 논의한다’는 합의를 무시하고 현재까지 노조의 교섭요구엔 묵묵부답인 것으로 알려졌다.

톨게이트 노동자도, 교원·공무원 노동자도…

추석 연휴, 여느 때보다 차량이 몰리는 고속도로에서 요금수납업무를 하거나 가족과 함께 하고 있어야 할 노동자도 여의도에 있다. 서산톨게이트 노동자들은 8일째 민주당사에서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제로 시대라고 하는데 제대로 된 정규직은커녕,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노사전문협의회를 무시하고, 무조건 자회사로 가라고 한다.”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정규직화)을 요구했지만 도로공사는 ‘자회사 합의서’에 서명을 강요했다.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도 2015년 초 법원으로부터 한국도로공사의 노동자임을 인정받았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1,2심 모두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것. 그러나 도로공사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에서 현재 자회사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농성장에서 “도로공사의 일방적인 자회사 전환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집권여당이 책임있는 판단을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 앞에도 농성은 현재진행형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농성장을 차리고 ‘법외노조 직권 취소’를 요구한 지 100일을 넘겼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오늘로 ‘공무원노조 해직자 복직 특별법 제정 및 해직자 원직복직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한지 37일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11월 서울 목동에 있는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박준호 조합원은 이번 추석까지 두 번의 명절을 고공에서 맞이해야 했다. 차광호 지회장은 굴뚝 앞에서 합동차례를 지내며 노동자들이 살맛 나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면서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의 승리를 빌었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원문: http://www.minplus.or.kr/news/articleView.html?idxno=6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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