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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뉴스

<닥터탐정>, 조금만 더 호들갑을 떨어도 좋겠다 

 

[닥터탐정 현장을 가다 1 – 드라마 <닥터탐정> 리뷰

 

<노동과세계> 원문기사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250352

 

“지상파 드라마에 ‘위험의 외주화’, ‘산업재해’, ‘비정규직 노동’같은 단어들이 나왔어.”

 

 

<닥터탐정> 첫회를 보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호들갑을 떨었다. 본격적으로 산업재해를 다루는 지상파 드라마라니. 구의역의 김군에게 ‘네 탓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드라마라니. 한국 사회에선 도통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드라마를 보고 다소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8월 22일 현재, 11회까지 진행된 드라마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산재사망 사건과 문송면 수은중독 사건, 메탄올 실명 사건,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 등 한국 사회의 굵직한 산업재해 사건들을 재현했다. 매 에피소드의 에필로그는 실제 사건을 재조명하는 짧은 다큐멘터리로 채워진다. 여간한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같은 이야기의 끝에서 다큐멘터리를 마주한 시청자들은 “저게 정말 실제로 있던 일이냐”고 되물을 수밖에 없다. 그러게, 그 막장 드라마같은 한국 사회에서 이런 드라마가 나올 줄이야.

 

 

SBS <닥터탐정> 화면캡쳐

 

실제같은 허구, 허구같은 실제

 

 

<그것이 알고싶다>를 만들던 박준우 PD는 “이른바 이명박근혜의 시절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못하게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하는 시사PD는 차라리 드라마를 통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로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드라마국으로 자리를 옮긴지 세 해만에 그는 결국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었다. <닥터탐정>. 박준우 PD는 “PPL은커녕 장소 협찬도 잘 안되는데다, 회사에서도 달가워하지 않는 드라마”라는 자조와는 별개로 “모든 스탭들이 자부심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닥터탐정 촬영현장 ©노동과세계 백승호 (세종충남본부)
닥터탐정 촬영현장 ©노동과세계 백승호 (세종충남본부)

 

드라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것은 실제다. 에피소드를 이루는 대부분의 산재사고들은 실제로 벌어진 일이고, 사측이 사고를 은폐하며 벌인 일들도 대부분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허구는 산업재해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비롯한 수사권이 있는 공공기관 UDC의 존재 뿐이다. 극의 주요한 배경인 UDC는 직업환경 전문의로 이뤄진 공공기관이다. 대기업의 산업재해 현장을 파헤치고, 청년 노동자들의 사고와 사망을 슬퍼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실제상황인 산업재해와 UDC라는 허구의 대비는 이 막장 드라마같은 현실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역설로 작용하는 셈이다.

 

 

우회로를 선택하지 않는다

 

 

메탄올 실명 사고를 다룬 에피소드는 피해자의 인터뷰 내용과 사례를 거의 그대로 재현했다. 극이 끝난 후 에필로그에 실제 피해자가 등장해 드라마에 나온 배우의 대사를 똑같이 말하는 순간, 현실과 극의 경계는 사라지고 감정은 삶의 영역으로 침투한다. 모방과 재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던 드라마가 현실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순간은 낯설고 불편하지만 어쩌면 그 불편함만큼 시청자는 ‘실체’에 더 가까워지는 것일 수 있다.

 

드라마는 우회로를 선택하지 않는다. 문제의 끝판왕, 최종 빌런으로 등장하는 TL그룹은 스마트폰을 파는 재계서열 1위의 기업이면서 무노조 사업장이다. 산업재해를 은폐하고 노조설립을 방해하는 조직을 회사 안에 따로 두고 있다. TL그룹의 모델이 삼성이라는 것을 드라마는 숨기지 않는다. 11회 에필로그에선 ‘삼성’이라는 이름이 아예 대놓고 등장했다. 모두가 아는 것들을 눈 가리고 아웅 하며 피해가지 않겠다는 태도는 이 드라마가 ‘결국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더욱 선명하게 한다. 이 선명함은 어쩌면 다시는 이런 드라마를 만들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암묵적이지만 실은 대단히 가능성 높은 직감에 의거한다. “결국 돈을 내는 쪽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판”이라는 감독의 자조처럼.

 

닥터탐정 촬영현장 ©노동과세계 백승호 (세종충남본부)

그래서 이 고작 8주의 시간이 우리에겐 소중하다. 어쩌면 또 앞으로 당분간은 지상파 TV에서 동지와 철탑과 굴뚝과 산업재해와 노동안전이라는 말을 듣기 어려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소 호들갑을 떨어도 좋겠다. 전화를 걸어서 “TV에 네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드라마가 나왔다”고 말해보는 정도의 호들갑. 그런 호들갑과 본방사수가 차곡차곡 모이면, 혹시 아나 <닥터 탐정 시즌 2>라도 나오게 될지.

 

 

 

 

노동과세계 성지훈  lumpenace0208@gmail.com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250353

“이렇게 분노하는 우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닥터탐정 현장을 가다 2 – 허민기 役 배우 봉태규 인터뷰]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250371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지치지 않는 것”[닥터탐정 현장을 가다 3 – 공일순 役 배우 박지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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